|
세계에서 사용되는 모든 문자들은 뜻글자와 소리글자로 나뉩니다. 뜻글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한자를 떠올리면 됩니다. 이 체계에서는 글자 하나하나가 특정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문자 체계는 한 가지 큰 단점이 있습니다. 뜻글자는 문화가 발달하면서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과 개념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새로운 글자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뜻글자는 글자가 새로 생길 때마다 이를 새로 암기해야 한다는 불편함을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반면 소리글자는 각각의 글자가 일정한 소리를 담당하고 있는 체계입니다. 그래서 소리글자는 하나의 언어가 갖는 풍부한 소리들을 쉽게 처리해 낼 수 있습니다.
소리글자는 또 세분화하여 음절문자와 음소문자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글자가 자모음의 구분 없이 ‘가’나 ‘여’ 따위의 일정한 음절 자체를 담당하는 것이 음절 문자의 특징이며, 일본문자인 가나 문자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나의 글자가 자음과 모음으로 구분되는 음소문자는 음절 문자보다 더욱 더 발전한 문자 체계로서 로마문자와 한글이 이에 해당합니다. 음소들이 각각 일정한 성질을 띠고 있는 음소문자인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의 3분할 체계로써 그 조합으로 거의 모든 소리를 표현해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필요한 글자의 개수는 단지 24개일 뿐입니다. 이것은 뜻글자인 중국의 한자나 음절문자인 일본의 가나문자보다 훨씬 더 경제적인 체계인 것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보다 더 진화한 문자체계로 자질문자라는 체계에 대해 말합니다. 자질이란 하나의 소리를 다른 소리와 구별하는 특징입니다. 한글은 각 글자마다 이러한 자질의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하여 자질문자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글의 ‘ㅋ’과 ‘ㄲ’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자들은 모두 ’ㄱ’을 토대로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ㅋ'와 ‘ㄲ’은 ’ㄱ’에 획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음성적 자질(거센소리, 된소리)이 추가된 글자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글은 음소문자로 분류되긴 하지만 언어학적으로 서양의 알파벳보다도 차원이 높고 과학적인 문자체계라는 것입니다.
한글은 조형원리에서도 몇 가지 눈여겨 볼 만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단순화의 원리입니다. 훈민정음 기본 자모음 글자들은 극도로 간결한 최소한의 형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삼각형, 원, 사각형, 점, 직선으로 이루어진 기본 도형만으로 한글의 그 어떤 형태라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가획의 원칙입니다. 한글의 모든 글자들은 기본자형을 중심으로 센소리와 된소리에 획을 추가하는 간단한 방식에 따라 전개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기본 형태소들은 중심을 축으로 좌우가 대칭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좌우대칭 관계는 시각적인 균형감과 안정감을 줍니다. |